·

목회서신 25-14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간호사실에서 가장 가까운 침대(중환자 실에서도 가장 중환자의 자리 )에 흰 가운의 의사 간호사가 빙둘러 서있었다. 수혈이 빨리 되도록 펌핑을 하고 계속 혈압을 재는가 하면 심전도기에서는 빠른 속도로 심장이 뛰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침대보는 피로 흥건했다. 나는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왔구나 하고 생각하고 인계받을 준비를 하였다. 우리 인계 팀이 그 침대에 왔을 때 나는 놀라 졸도할 지경이었다.
내가 공을 들이던 그 환자였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밤사이에 또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그는 치루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직장과 항문 사이의 조직이 감염되어 직장의 분비물이 항문 근처로 새어 나오는 병이다. 패혈증 때문에 그 주변이 약화되어 그쪽 하지 정맥이 손상된 것이다. 그가 잔 기침만 해도 피가 콸콸 쏟아졌다. 그 정맥을 묶어버리면 출혈을 막겠지만 결과는 하지 마비와 부패로 진행될 것이 뻔했다. 큰 거즈 덩어리를 직장으로 넣어 간접 압박을 시도하며 혈액 응고제를 투여하고 있었다. 수혈은 이미 10팩 이상을 넣었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의 사투 끝에 의료진은 손을 들었다. 부인에게 장례절차를 준비하도록 했다. 전도 중이었던 그 부인은 하나님 믿으면 병도 낫는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내 앞에서 몸을 뒹굴며 울었다.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그녀가 황급히 나갔다.

나는 오직 한 생각으로 절망스러웠다. ‘하나님께서 나를 용서하지 않으셨다.’ ‘절 용서하셨다면 이환자를 고쳐주세요’ 했던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두 가지만 하면 살 수 있다. 당신 힘으로 기침해서 가래를 빼내고 출혈이 멈추도록 하나님께 기도하라. 기관절개 상태이므로 말은 못 하니까 눈을 깜박이며 손짓으로 울고 있는 나를 오히려 위로하였다. ‘괜찮다 하늘에 그냥 가겠다 거기서 다시 만나자’ 그와 마지막 인사를 한 나에게 문득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정말 저 영혼을 사랑하여 기도했느냐? ‘ 그때 나는 알았다. 내가 용서받은 표로써 그가 낫길 원했던 거였지 그 영혼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었다.
내 본심을 안 것에 나는 놀랐다.

그사이 부인은 준비가 됐는지 돌아왔고 그 환자에게 있던 모든 의료 장치가 제거되었다. 나는 갑자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즉 진심으로 그를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 기도를 하자는 거였다. 그는 이동 침대에 옮겨져 밖으로 나갔다. 나는 뛰어나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다. 이층에서 일층으로 내려가는 사이 그의 손을 잡고 소리 내어 기도했다. ‘이 분이 여기에 와서 하나님을 만났는데 예수를 위해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그는 소리 없으나 크게 입을 벌려 아멘 하면서 내 손을 꽉 쥐었다. 이제 후회가 없었다.

사망진단서를 받아 가야 장례를 할 수 있는데 약 십오일 정도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남자가 중환 실로 들어오면서 나를 불렀다. 생면부지였다. 그는 자기 이름을 말하면서 벌써 자기를 잊었냐고 했다. 건강하게 보일 정도로 살이 쪘고 약 오륙 개월을 앉지도 못한 사람이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기 손을 보여주었다. 썩어서 검은 골무처럼 말라비틀어진 그의 열손, 발가락은 골무를 벗겨내듯 죽은 부위가 빠져나가고 새 손가락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의료팀은 그의 폐 사진을 다시 찍어 보고 너무 놀랐다. 폐도 깨끗하게 나아있었다.

그는 앰뷸런스에 실려 집으로 가는 도중 출혈이 멈추는 걸 알았고 도착하자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 싶어 미음을 시작 지금은 정상으로 식사를 한다는 거였다.

죽은 자도 살리시는 하나님을 나는 이렇게 경험했다.

2025년 4월 6일
담임목사 고 정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