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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 25-18

나비야가 드디어 새끼 네 마리를 낳았다. 약 두 달 전 웬 고양이가 새벽 기도 때 기도실로 들어와 조용히 야옹야옹 하였다. 몸은 야위었고 왼쪽 어깨 쪽에는 넓은 나뭇잎이 날개같이 붙어있었다. 교회 앞에 준비해두는 고양이 밥을 먹으러 오기 시작한 이 고양이는 걸음도 잘 못 걸을 정도로 약했다. 누군가가 낫처럼 생긴 칼로 찔렀는지 왼쪽 어깨 부분은 초승달 모양으로 깊이 패었고 뜨거운 물을 부었는지 상부 몸통의 털은 거의 없었다. 그 넓게 베어졌던 상처가 나으면서 살점이 말라 나뭇잎이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아직 다 낫지 않은 상처는 꽤 컸고 딱지가 붙어있는 부분은 빨갛게 벌어져있어 연신 핥곤 하였다.

다른 길 고양이는 사람을 두려워하여 준비해둔 밥만 먹고 가는데 이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는지 교회 안으로 들어왔기에 내 사무실에 잘 곳을 만들어주었다. 며칠 보자 하니 배가 다른 것 들과 달랐다. 고양이를 기른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 새끼를 가진 것 같다고 했다. 이름은 ‘나비야’로 부르기 시작했다. 무려 7시간의 산고를 치르는 것을 보고 잉태와 해산의 수고로 태어나는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차올랐다.

창조주께서 일정 기간 이 땅에 살도록 허락해 주신 생명을 인간의 이기심으로 잔인하게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평소의 생각이다. 나는 이 어미와 새끼들을 보호해 줄 수 있게 된 것이 만족스럽다.

내 사무실이 고양이 분뇨 냄새가 진동하기도 하고 책상 위로 뛰어오르고 컴퓨터를 켜면 자판 위에 올라앉아 방해를 하지만 나비야가 자동차가 쌩쌩 지나가는 길가에서 해산의 고통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다. 그뿐만 아니라 예쁜 새끼가 둥지에서 나와 뛰어다닐 때쯤이면 이 도시 관리처에서 잠자리채 같은 망태기로 잡아 자루에 담겨가 죽임을 당하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들의 주인이 되어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 만족스럽다.

요즘 이곳 인니 GBSI는 서울에서 오신 교수님께 헬라어 수업을 받고 있다. 나도 겨우 알파벳을 떼고 의미도 잘 모르는 헬라어 성경을 떠듬떠듬 읽고 있다. 그러다 ‘큐리오스’ ‘주인’이란 단어를 소리 내면서 내게 주님이 계시다는 안도감으로 눈물을 흘렸다. 당연히 기울 수밖에 없는 물질계의 운명과 맞물린 나라들의 흥망이 내 짐처럼 느껴졌다. 살아있는 동안 불의가 망하는 걸 볼 수 없는 것이 억울했다. 구약 때처럼 땅이 갈라지고 입을 벌려 불의 한 자들을 삼키시는 하나님의 혁혁하심이 나타난다면 얼마나 시원할까? 불의를 심판하고 싶은 불의가 충만하여 시퍼런 우울로 마음과 몸이 물들었다. 그러다가 예수가 주인 이신 사실이 상기된 것이다.

온 세상의 주인이신 예수께서 세상을 그분 뜻대로 공의로 처리하시리라. 쉼을 얻으려고 그분의 날개 밑에 들어온 상처투성이 우리를 피와 살로 먹이시고 치료하시며 그분의 희생을 만족해하실 것이다. 

한동안 깊이 눌려있던 내가 우리 주인 예수의 평안을 누리리라 다짐하게 되었으니 우리 성도들이 길 고양이 나비야와 그 새끼들이 좀 귀찮게 해도 참아주겠지 하는 기대를 한다.

2025년 5월 4일
담임 목사 고정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