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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 25-20

병원 근무를 하며 베뢰아 아카데미 12기를 마쳐 갈 즘이었다. 당시의 베뢰아 아카데미 수강생들은 수료 후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기대가 컸다. 나 역시 그랬다.

한편 사우디 아브하에서 내 소동으로 쫓겨난 친구들이 다시 사우디 재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강제 출국으로 주의 사명을 감당치 못한 것으로 여겨 무척 애석해하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재취업에 성공했고 한 달 정도 후에 출국한다고 했다.

나의 거취를 묻기에 나는 사우디라면 만정이 떨어져 공부를 좀 해서 미국 쪽으로 가볼까 한다 했더니 그 친구들이 하나님께서 너를 사우디로 부르셨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하자 일단 사우디 취업을 시도해 보고 거절되면 하나님의 부르심이 없다는 확실한 증거로 알고 그때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일리가 있었다.
하나님의 뜻은 거스리면 안 되겠고 사우디에 다시 가는 것은 싫었기에 거절당하기를 바라며 재취업 신청을 했다.

뜻밖의 소식이 왔다.
내일모레 비행기를 타기로 했던 그들이 사우디 입국 거절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아브하 종합병원에서 나로 인해 일어난 소동 때문에 그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나에겐 좋은 소식이었다. 나 역시 사우디 입국 불가다. 그럼! 하나님께서 시시한 사우디로 또 부르실 리가 없지!

대부분 간호사들이 좋은 일터로 꼽는 곳은 미국이었다. 학원에 등록하여 공부를 좀 하여 시험에 패스하면 미국의 등록 간호사가 될 수 있고 높은 사례를 받을 수 있다. 보내주시면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했으니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 주시겠지 꿈이 부풀어 올랐다.

나의 잘못이 많긴 했지만 미친 광신자 취급을 당했던 사우디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허접한 선입감에 사로잡힌 여자들의 히스테리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무식함이 최고의 지식이 되고 정의가 되고 가진 것은 무례함과 몰상식밖에 없는 그곳에서 만난 한국 간호사 무리들의 폭력을 대갚음하는 마땅한 방법은 그들을 경멸하고 피하는 것이었다. 인본주의 집단의 비열함은 화병을 일으키지 않는가? 하나님께서도 미워하신다!

바벨탑 사건에서도 그렇듯이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는 집단의 알량한 지식과 지혜와 단합은 돌 위에 돌이 첩 놓이지 않게 무너지지 않았는가. 의로운 나와 상관없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할 때 겨우 짜증을 누르고 긍휼은 말라버린 기도를 건성으로 의무적으로 할 때가 많다. 나를 포함하여 인간은 자신의 불의를 하나님의 공의에 섞어서 의로워 보이는 이유를 만들어내면 하나님께서도 고개를 끄덕이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앞에서 나의 생각이나 기도는 썩은 쓰레기를 태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읽는 분들이 짐작하셨겠지만 나는 다시 사우디로 취업이 되어버렸다.
블랙리스트는 어떻게 된 거야?

영자 이름에서 고씨들은 보통 Ko를 쓰는데 당시 규정상 여권을 새로 만들면서 Koh로 영문 성의 철자를 바꾼 것이 화근이었다. 그 바람에 나는 블랙리스트에서 빠졌던 것이다.

이렇게 다른 친구들은 다 탈락되고 나 혼자 그 시시한 사우디의 알카심이란 지방으로 떠나게 되었다.

2025년 5월 18일
담임 목사 고정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