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서신 25-22

하루는 작은 클리닉에 배치된 필리핀 간호사가 자궁 암으로 피를 펑펑 흘리고 헤모글로빈이 4.0(정상은 12)으로 떨어져 내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사우디의 방침은 암에 걸린 직원들은 치료해 주지 않고 본국으로 보내는 거였다. 그러나 심한 출혈과 빈혈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이므로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 내가 있는 병실에 입원 되어있어 찾아볼 수 있었다. 병원 안에서는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지만 사우디에서 여자들은 외출이 극히 제한되어 있었고 한 달에 한두 번 허용된 외출은 시장에 가는 것뿐이다. 더군다나 얼굴까지 가리는 ‘짜달’이란 검은 천을 착용한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은 넘어지기도 한다. 히잡’은 얼굴은 내놓는 것으로 사우디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유창한 영어를 하는 필리핀 간호사에게 나는 더듬거리는 불완전한 영어로 예수의 은혜를 알려주고 기도해 주었다. 출혈은 즉시 멈추었고 재 검사를 했을 때 암은 사라졌고 그녀는 근무처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간호사 중 유방암 환자 두 명도 나았다. 그곳에는 한국인 간호사만 약 200명 정도 있었고 그중 40명 정도가 우리 예배에 참석하고 있었다. 한편 그때 한국 젊은이 중에 유행했던 대학생 성경공부 그룹이 한인 간호사 사이에서 우리만큼의 숫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두꺼운 성경 교재를 단계별로 가르치고 각 단계의 공부를 마치면 무척 큰 성취를 한 것으로 인정받고 그들 중에 말씀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지 않아서 우리를 이단이라고 하면서도 몰래 찾아와서 성령 충만 받고 방언을 말하도록 도움을 요청하곤 하였다.

하루는 그들 중에 최고 리더에 속한 사람이 밤중에 찾아와 도움을 구했다. 짙은 보라색의 달걀 크기의 혹이 그녀의 귀밑의 목 부위에 있었다. 이미 암으로 진단되어 곧 출국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때쯤 나는 김기동 목사님께서 태어나실 때부터 큰 혹을 가지고 있던 처녀의 혹을 자기 손에 올려놓고 기도했더니 눈을 뜨는 순간 혹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간증을 들은 터였다. 두세 다른 자매들과 손을 잡고 내 손은 그녀의 목에 데고 전심으로 기도했다. 기도를 끝내고 눈을 떴다.

웬걸!

보라색 혹은 그녀의 목에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실망했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았고 믿음은 지속하는 것이니 그대로 믿음을 유지하라고 했다. 그리고 주일 예배에 와서 간증하고 감사헌금을 드리도록 했다. 노래를 잘하는 그녀는 감사 찬송도 하나님께 드렸다. 일주일이 그냥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초조해했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쯤 지나갈 때 근무를 끝내고 숙소 입구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목을 보여주었다. 돌처럼 딱딱했던 혹은 말랑말랑해졌고 바늘구멍만큼 작은 구멍에서 보라색 고름 같은 분비물이 흘러내렸다.

믿음을 유지하는 동안 암 덩이가 녹아버린 것이다. 그 후 또한 일주일쯤 후에 혹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매끈하고 하얀 본래 피부로 돌아왔다. 말썽을 다시 피우면 상부에 보고해 감옥에 보내거나 강제출국 시키겠다고 했던 사나운 간호사 무리는 아무 말도 없었고 잘 보이지도 않았다.

2025년 6월 1일
담임 목사 고정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