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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 25-26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 년에 한 달 반 간의 휴가를 준다. 다른 동료들은 휴가를 이용해 세계 여행을 많이 한다. 나는 교회를 비워두고 가는 것이 걱정스러웠고 휴가를 가지 않을 때 받을 수 있는 왕복 항공권을 현금으로 받아 어머니의 살림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사 년간 세 번을 갈 수 있는 휴가를 한 번만 갔다. 그 휴가가 꼭 필요했던 것은 베뢰아아카데미 테이프를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베뢰아아카데미 12기를 수료했지만 내가 직접 그 52주 강의를 가르칠 능력이 되지 않았다. 서울 성락교회에서는 기꺼이 비디오테이프 전량을 주셨지만 옛날 비디오테이프는 VHS 타입으로 그 크기가 10x 19 x 2cm 정도였다. 52개를 옮겨오는 것은 부피와 무게도 문제이지만 공항 세관 검열을 통과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걱정했던 대로 세관 검열에 걸렸다.

세관원은 비디오테이프을 플레이어에 걸고 빨리 돌리기를 했다. 현 청년회관은 당시에도 별로 교회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고 김기동 목사님은 큰 칠판 앞에 서서 글을 써가며 뭔가를 강의하셨다. 그 세관 검열관은 사우디 남성들의 발끝까지 닿는 긴 흰색 전통 복장에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터어번을 깨끗이 차려 입고 있었다. 얼굴은 만만치 않은 강경함이 섬뜩하게 보이는 사람이었다.
‘무슨 테이프이냐?’
‘한국 역사 강의 테이프이다.’
그는 테이프를 정상 속도로 돌리면서 지금 강사가 말하는 내용을 말해 보라고 하였다.
나는 한국 조선시대 역사를 떠듬떠듬 주워섬겼다.
그러다 테이프를 빨리 돌려 마지막으로 가니 파이프오르간이 보이는 배경에 서 계신 김 목사님이 수강생들에게 기도하라 하셨고 그들은 몸을 앞뒤로 흔들며 맹렬히 기도했다. 그 검열관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사실을 말하라’라고 했다.

‘한국 간호사들이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기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이 우리를 뽑지 않았느냐? 한국어로 된 이런 테이프는 당신들의 국민에게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지 않으냐?’ 그는 테이프를 내 가방으로 던지듯 넣으면서 ‘너희 나라로 지금 당장 돌아가라’ 하였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또 이런 식으로 끝나는구나’ 체념이 몰려왔다. 가방을 닫고 있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들어가라 너희 신이 너를 돕고 있다’ 그렇게 사우디에 입국을 허락해 주었다.

참으로 예수 하나님께서 도와주셨다!
그 테이프 때문에 실랑이가 없었다면, 그래서 그가 내 짐가방을 더 면밀히 살폈다면, 나는 당장 체포되어 감옥에 갔거나 사형도 면치 못했을 것이었다. 당시 나오기 시작한 가루비누를 비우고 종이박스 두 개에 작은 신구약 아랍어 성경을 다섯 권씩 담고 나머지는 다시 가루비누로 채워 가져왔던 것이다. 이집트에 여행 가는 동료에게 부탁해서 구입한 아랍어 성경을 한국에서 받아 가져왔던 것이다.

내 등골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2025년 6월 29일
담임 목사 고정금